그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어요. 주인아짐이 나를 안더니만 좁고 어두운 상자같은데 넣고 잠갔어요. 나쁜 인간! 미워할거에요. 비명지를 틈도 없었어요. 집밖에 나가 엘리베이터, 그 다음엔 차를 타고. 답답한 곳에 갇혀서 나는 어디를 가고 있는 걸까요. 몸도 맘도 얼어붙어요.

동물들 냄새가 많이도 나는 곳, 한참을 기다리다가 남자 선생님이 있는 방에서 나를  풀어주었지요. 그 나쁜 아줌마가 이야기를 했어요.

' 구조하고 바로 집앞 동물병원에서 여자아이라고 했는데, 커가면서 뭐가 보여요..'

나는 선생님의 책상옆 구석으로 머리를 쳐박고 숨었어요. 털이 쌓여있는 곳. 선생님은 내 목덜미를 잡아다 눈앞에 두고, 꼬리를 살짝 치켜 올려 엉덩이를 쳐다봅니다. 부끄럽게 왜 이래요! 

'남자 맞아요'

'...그쵸? 뽕알 맞죠? 이 자식! ㅋㅋㅋ'

목덜미에 주사 한방, 벌레 쫓는다는 약도 발랐어요. 으엥으엥 여기 싫어. 몇 주있다가 또 가야한대요.

다시 상자에 넣어져, 차 타고, 엘리베이터도 타고 집에 왔어요. 이동장 문이 열리자 마자, 제일 좋아하는 돌멩이를 숨겨둔 곳, 서랍장 아래에 한참 숨어 있었어요. 또 붙잡힐까봐, 상자에 가둬질까봐, 차타고 무서운데 오래오래 갈까봐, 싫어요. 무서워요.  




내가 언제 여자라고 거짓말했나 뭐, 자기들끼리 공주라고 불러놓고선.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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