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 이용악


밤마다 꿈이 많아서 

나는 겁이 많아서 

어깨가 처지는 것일까


끝까지 끝까지 웃는 낯으로 

아이들은 층층계를 내려가버렸나 본데 

벗 없을 땐 

집 한칸 있었으면 덜이나 곤하겠는데


타지 않는 저녁 하늘을 

가벼운 병처럼 스쳐흐르는 시장기 

어쩌면 몹시두 아름다워라 

앞이건 뒤건 내 가차이 모올래 오시이소


눈감고 모란을 보는 것이요 

눈감고 

모란을 보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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