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 이용악


밤마다 꿈이 많아서 

나는 겁이 많아서 

어깨가 처지는 것일까


끝까지 끝까지 웃는 낯으로 

아이들은 층층계를 내려가버렸나 본데 

벗 없을 땐 

집 한칸 있었으면 덜이나 곤하겠는데


타지 않는 저녁 하늘을 

가벼운 병처럼 스쳐흐르는 시장기 

어쩌면 몹시두 아름다워라 

앞이건 뒤건 내 가차이 모올래 오시이소


눈감고 모란을 보는 것이요 

눈감고 

모란을 보는 것이요



첫 눈 / 김소월


땅 위에서 녹으며
성긴 가지 적시며
잔디 뿌리 축이며
숲에 물은 흐르며
눈도 좋이 오고녀

초열흘은 넘으며
목화송이 피우며
들에 안개 잠그며
꿩도 짝을 부르며
눈도 좋이 오고녀

그리움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白茂線)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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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저녁에 또 눈온다지


저 많은 별들은 다 누구의 힘겨움일까


보푸라기 이는 숨을 쉬고있어
오늘은
郊外에 나갔다가
한 송이만 남은 장미꽃을 보고 왔어
아무도 보지 않은 자국
선명했어
숨결에 그 꽃이 자꾸 걸리데


보푸라기가 자꾸만 일어


저 많은 별들은 다 누구의 가슴 뜀일까
아스라한 맥박들이 자꾸 목에 걸리데


어머니,
"얘야, 네 사랑이 힘에 겨웁구나"
"예 어머니. 자루가 너무 큰걸요"


저 많은 별들은 다 누구의 힘겨움일까

-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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