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 김재진

자는 아이가 웃네.
비누방울 같은 아이의 웃음소리
잠들지 못한 나는 몸을 일으켜
가만히 아이를 보네.
아이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가까이 있지만 아득한 아이와 나의 거리
꿈을 잃어버린 나는
눈을 감아도 잠들지 못하네.
오징어처럼 말라버린 시간들이 따라 깨어
흐릿한 얼굴로 나를 보네.
한때는 나 역시 아이였던 적 있었지.
방울소리처럼 경쾌하기 보다
알 수 없는 공상에 빠져 몽롱하기 일쑤거나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
커서도 그것들이 나를 괴롭혔네.
남들이 다 매는 넥타이를 매지 못하거나
맹세처럼 강요되는 폭탄주를 거절하다 핀잔 맞곤 했었지.
남들은 자리만 생기면 판을 벌이는
화투 하나 만질 줄 모르는 삶이란 피곤한 것.
어울리지 못해 쩔쩔매는 나의 불혹은 어쩌면
전생의 아픈 흔적일지 모르네.
이 풍진 세상속으로
또 한 생명을 밀어 넣지 않겠다고
결혼하고도 만6년.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던 부부
이제 잔드는 시간이 달라 다른 방을 쓰고 있는
아내가 깨지 않도록
도둑처럼 방문을 열고 아이 곁에 누워봤네.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이의 살
오랜 상처를 만지듯 내 손은
가만가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네.


-----------------------------------
언젠가 책갈피해둔게 왜 이런 내용의 시일까 -_-

책을 욕실에 둬서 눅눅해지거나
쓸데없는 낙서로 메모지 삼는 것이 느무느무 싫다.

방금 모기한마리를 이 책으로 잡아 유혈사태를 벌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