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세면대에서 목욕을 했어요. 낯설고 불편한 경험, 발버둥치고 앵앵 소리질렀어요. 드라이로 몸을 말릴때도 계속 무서웠어요. 뜨겁다가 차가운 바람. 소음. 여기가 대체 어디인가요.

목욕바구니와 종이가방에 담겨서 집밖에 나갔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바로 탈출시도를 했지요. 이정도쯤이야.

주인은 다시 집에 들어가 저를 뚜껑이 있는 통으로 옮겼어요. 깜깜하고 답답하고. 여기 온지 하루만에 외출.



뚜껑달린 컴컴한 통. 깨끗한 수건을 깔고 있지만 목욕한 물기도 덜 말랐어요. 덜컹덜컹 흔들리면서, 중간중간 숨을 잘쉬는지 보러 틈새가 열리면, 머리로 뚜껑을 밀어올리고 발을 뻗고 애를 썼어요.

지쳐서 도착한 병원,
선생님은 저를 보고 이가 다 난것을 보니 두달반정도 된 암컷, 엄마랑 살때는 건강 좋고 청결했는데 최근 떠돌면서 살이 붙지 못했다고 하셨어요.

치솔로 쓰담쓰담 해주는 것도 배우고, 곧 우다다를 시작할 것이라는 예언도 듣고요.
주사맞고, 약먹고 집에왔어요.


거실을 돌아다니는 저를 보더니 다리를 절어서, 병원에 또 한번 갔지요. 이번엔 백화점 갈비선물셋트 포장가방에 갇혔어요. (이동장도 사라고! 모래, 사료, 스크래쳐, 그리고..그리고..) 엑스레이도 찍고. 큰뼈엔 이상이 없고, 너무 어려서 일단 잘먹고 크면서 지켜봐야한다고 했어요.

지난 밤 책방에 갇혀서 한잠도 못자고, 막 목욕당하고, 병원도 두번이나. 집사와 함께 거실에서 단잠을 잤어요. 칫솔 그루밍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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