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반에 간호사가 주사놓으러 와서는 오늘 퇴원하란다.
집에 싣고 갈 기사로 아부지를 섭외, 마지막 항생제 넣고, 링겔 빼고, 깁스하고, 퇴원수속 외래 예약, 신랑 회사에 제출할 보험서류 작성.. 바쁘다 바빠. 운전석에 못들어 갈 사이즈의 깁스라 팀장님께 보고하고 휴가연장. 8월 1일 외래에서 깁스가 많이 짧아지기만을.. 일단 병원 바이바이.

롯데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자동차 지키고 아빠엄마는 장보시는데.. 문자가 온다.

노떼카드 심슨님 14만원 2개월 할부 -_-

저 멀리 아빠엄마가 양손 가득 뭘들고 오신다. 도가니만 50프로 쎄일하고 우족은 안해줘서 메니저 불러서 2만원 깎아서 샀다고 자랑을.. 아아.. 울엄마 흠좀무.. 저녁부터 도가니탕 다먹으면 우족이다. 다리 낫고 광우병 걸리는거 아니겠지 음메.


엄니의 운전이 아직 미흡하다. 신관주차장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본관에서 낑낑 걸어온게 억울하다. 창밖의 풍경이 너무나 좋다는것도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엄니와 합쳐 샤워를 했다. 아아아 만세. T_T
혈압채고 체온제고 피빼고 산소꽂고 있으라고 혼나고 틈틈이 책읽고 자고 바쁘다 바빠.
식후에 정갈하게 다방커피 타주시는 엄마께는 이나영주문이 안나온다.





아이스커피@ 아이스커피@아이스커어피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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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니 한결 낫다. 진통제 버튼은 더이상 누르지 않는다.
태풍 갈매기는 대단히 날개짓을 하고 있나보다.
밥도 먹고 물도 마실 수 있다. 월욜 깁스 화욜 퇴원하란다. 하악 +_+
살만하니 노트북과 내 책들이 간절하다. 링겔줄도 거추장스럽고 바깥공기도 그리우나 엄니의 휠체어 운전 미숙으로 참고만 있다. (깁스한 내 다리로 간호사를 치신다.)

아빠도 오시고 저녁메뉴는 삼계탕으로 결정이다.
무엇보다 스타벅스 아이스라뗴 벤티가 공수되었다.



나 벤티사이즈 다 마신거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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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그친 틈에 밖에도 나가보았는데 태풍이 대단히 비를 뿌린것 같다. 수요일 외래 방문이후 첫 외출이다. 실내에 돌아오니 다시 비가 쏟아진다. 여름성경학교 기간인지 멀리서 온 지인께 심슨도 참석하고 있는지 확인 문자가 왔다. 아아 마구 그리운 여름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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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박정금보는데 엄니땜에 엄뿔로 전향.
상처가 아무는지 간질간질, 잠을 청한다.

수술 자체는 40분 미만. 회복실 생략, 입원실로 직행. 발끝이 저릿저릿 마취가 풀린다. 신랑출근 엄마투입 간병선수교체. 바늘 찔린데로 척수가 나오면 두통이 온다고 고개들지 말란다. 영화에서나 보던 버튼달린 진통제도 링겔에 달려있군하. 주치의가 와서 발가락 꼼지락 확인하고 가심.
가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낼이 초복이라 문병온 남동생 삼계탕 사다 드신다. 그래! 나도 얼른 먹고 말테야. 의지를 불태운다. 병실 냉장고 가득 시골에서 올라온 참외 풋고추 토마토 외 일본여행에서 사오신 맛난 빵과 과자, 그리고 천안명물 호도과자가 가득이다.

태풍 갈매기가 올라온다. 나중에 허영만의 꼴을 보니 갈매기 눈썹은 역마살이 있다던데.. 여행가 한비야도 안중근의사도 갈매기 눈썹이란다. 거울본지 언제던가. 내눈썹은 어찌생겼지.

버튼 몇번 눌러가며 잠을 청한다.

아킬레스 건은 발바닥(뼈)와 종아리 근육을 이어준다.
뼈와 근육을 이어서 건. 37년을 아킬레스'근' 으로 알계셨던 분, 책좀 읽어요 제발.
이놈이 잘못되면 발걸음을 딛는데 떼지를 못한다. 발을 못 들어 T_T

피부 바로 밑이라 수술은 간단하다. 째고 기워서 잇고, 다시 꿰메고
하반신만 마취, 깁스 6주, 이후  보조기 착용등 재활 견적 6개월. 외부 흉터 대략 10Cm.
끊어진지 일주일내로 다시 이어주면 되고
(공포에 떠는 아줌마에게 튿어진 바지 밑단 접수 받는 수선집 아줌마의 간단한 말투로..)
시일이 길어지면 위아래로 도망간 녀석들 잡아 잇느라 흉터가 길어진다고 한다.

전날 자정부터 금식. 항생제 넣기 시작. 금요일 오후 수술 예정. 정확한 시각은 수술방 이전 환자 '끝나면'이므로 경건히 기다면 된다. 정오즘에 연락 와서 출동.
수술 대기실에 오빠와 엄마 도착. 아빠에게 마지막 보고전화 하는데 막 울었다. 뭔가 본능적으로 논리를 만들어서 내가 다친것은 다 아빠때문이니 책임지라고 했고 아빠도 순순히 인정했다.v-_-b 딸들이여 혼날것 같으면 일단 먼저 울어라도 보자.

4번 수술방은 매우 춥다. 성시경의 거리에서가 흐르고 수술 준비 어수선하다. 어제 들은 그대로 엎어져서 자세를 잡는다. 춥다고 하니 상체에 이불을 덮어준다. 새우자세로 구부리자 등에 바늘이 들어온다. 첫방만 따끔하고 두방째부터 마취빨에 감각이 없다. 마취주사에 에일리언 유충이 섞여있지는 않을까, 왼발 말고 오른발 째면 어떻하지. 이제 신의 영역이다. 무서움은 사라지고 담담해진다.

집도의가 들어올 때는 조용하다. 사각사각 수술만 한다. 마취과 의사는 머리 위쪽에서 핸펀잡고 따닥따닥. 문자질하나보다.

유치부 애창곡들 흥얼거려 본다. 이걸로 모자란다.
맘속 깊은 곳의 그 노래를 꺼낸다.
























내게도 사랑이 사랑이 있었다면 ..

사진도 더 찍고 피도 더 뺀다. 팔에 링겔 꽂으니 환자티가 난다. 요령없이 링겔줄 꽂는데 오른팔 내밀어서 며칠 고생문이 훤하다..밀린잠을 계속 보충하고 혈압재고 체온재고 틈틈이 또 잤다.

일인실은 조용해서 좋다. 오전에 한번 샤워한게 다행이다. 선진국에도 6인실과 좁은 간병인 간이침대가 있을까?

퇴근무렵 고기진리교 성도님들의 심방이 있었다. 바닥에서 고기굽는 마가의 다락방을 목격하나 기대하며 일인실을 마련했...으나 이제 나에대해 너무 많이아시는 그분들의 입을 막기위해 평창한우를 서원하는 독박을 쓰고 말았다. 목발따위 졸업만 한다면 운암정에라도 가자 에잇.

그들이 가고 신랑도 가고 혼자자는 밤.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 다시 걷고 싶다. 그냥 걷고 싶다. 내손으로 우산도 쓰고 싶다.
지각인거 알면서 느릿느릿 출근하던 아침.. 칼퇴근하려 미친듯 일하고 한정거장 걸으며 생각을 터는 퇴근길..
온천도 가고싶다. 두다리 푹담그고 싶어..

비가온다.

수요일 오후 외래..

괜찮겠지 싶어 혼자 왔다.

신관주차장 따로있는 줄 모르고 본관주차장에서 비맞고 신관까지 가는 길이 참 멀다.

MRI 결과 보시는 선생님..다 끊어져서 수술해야한다고.. 당장 입원하란다.

입원수속하고 수술 전 기본검진을 받으라는데 3층도 가야한다.

목발로 더이상 무리.. 신랑에게 전화하고 기다리는데 막연히도 참 무섭다. T_T

일본여행 다녀와서 방금 짐 푸신 아빠엄마에게도 신고. 배에 힘주고 걱정말라며 떵떵거림-_-

고마운 휠체어 덕에 목발없이 여기저기 다니며 검사하고 사진찍고 10층 1인실 안착.

걱정이고 뭐고 당장은 목발안녕. 몸살로 전기불도 안 켜고 쿨쿨 잔다.


월욜 아침 예약없이 종합병원에 도착. 08:30

빵꾸낸 예약환자 덕에 일찍 검진. 09:10

아킬레스건 이야기 듣고 만져보시더니 바로 응급MRI 촬영 잡히고.

석고실에서 허벅지까지 반깁스 + 목발 득템.

석고실 선생님 가르침으로 약간의 걷기 연습..

영상의학과에 가서 잘 말해준 신랑덕에 금방 촬영잡혀서 25분간 촬영.

염증이 있나 검사위해 채혈.

병원 식당에서 이른 점심 식사.

오른발 운전으로 출근. 정오 이전.

.. 까지 오전반차로 해결하였다.

수요일 오후에 MRI 검사가 좋게 나와서 몸에 칼은 대지 않기를..


왼다리 무릎 아래까지 반깁스..

순식간에 생활이 달라졌다.

예측불허 성격이 몸띵이에 겸손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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