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어요. 주인아짐이 나를 안더니만 좁고 어두운 상자같은데 넣고 잠갔어요. 나쁜 인간! 미워할거에요. 비명지를 틈도 없었어요. 집밖에 나가 엘리베이터, 그 다음엔 차를 타고. 답답한 곳에 갇혀서 나는 어디를 가고 있는 걸까요. 몸도 맘도 얼어붙어요.

동물들 냄새가 많이도 나는 곳, 한참을 기다리다가 남자 선생님이 있는 방에서 나를  풀어주었지요. 그 나쁜 아줌마가 이야기를 했어요.

' 구조하고 바로 집앞 동물병원에서 여자아이라고 했는데, 커가면서 뭐가 보여요..'

나는 선생님의 책상옆 구석으로 머리를 쳐박고 숨었어요. 털이 쌓여있는 곳. 선생님은 내 목덜미를 잡아다 눈앞에 두고, 꼬리를 살짝 치켜 올려 엉덩이를 쳐다봅니다. 부끄럽게 왜 이래요! 

'남자 맞아요'

'...그쵸? 뽕알 맞죠? 이 자식! ㅋㅋㅋ'

목덜미에 주사 한방, 벌레 쫓는다는 약도 발랐어요. 으엥으엥 여기 싫어. 몇 주있다가 또 가야한대요.

다시 상자에 넣어져, 차 타고, 엘리베이터도 타고 집에 왔어요. 이동장 문이 열리자 마자, 제일 좋아하는 돌멩이를 숨겨둔 곳, 서랍장 아래에 한참 숨어 있었어요. 또 붙잡힐까봐, 상자에 가둬질까봐, 차타고 무서운데 오래오래 갈까봐, 싫어요. 무서워요.  




내가 언제 여자라고 거짓말했나 뭐, 자기들끼리 공주라고 불러놓고선.








흥!

까슬까슬 인견소재가 좋아요. 인견 반바지 입은 주인님에게 기대있기도 시원하고요. 에어컨 바람 쏘이며 매트에서 낮잠도 달콤해요. 집사가 이불도 옷도 열심히 세탁하네요. 아이 쾌적해.

​​​​

그 다음 찾은 것은 수건이에요. 조용하고 아늑한 수건장. 돌돌말린 수건은 어릴떄 같이 놀던 냥이들 몸집만하니 편안해요. 살금살금 구경을 하고 나왔다가 딱 걸렸어요. 흠씬 혼날까봐 얼음이 되었어요. 아아 나 어떻해.


웬일로 조용하고 친절하게, 주인은 수건장 문을 조금 열어주었어요. 수건뭉치 틈에서 낮잠을 자기도 했지요. 그렇지만 집에 아토피 아저씨가 있어요. 수건장 문은 대부분 잘 닫혀 있어요.

나는 방구쟁이 ..였어요.
주인님과 노는데 구린내가.. 어른남자 방구냄새인줄 알고 주인아재가 오해받는 적도 있어요.

묽은 변에 소변냄새도 지독했지요. 화분에 실례한것도 집사가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로 알게되었어요.

모래에 응가를 해도 잘 묻어지지 않고 똥꼬주변이나 발에 묻기도 했어요. (히히 걱정마세요 사진 없어요.) 그리고 앉게 되는 매트에 똥꼬도장을 찍기도 해서 집사가 여러번 빨았지요. 때로는 주인아재 몰래.

음식과 모래에 적응하니 속이 한결 편해졌어요. 그루밍도 점점 더 잘해요.

나는 주로 이런것을 먹어요.

사료 - 로얄 캐닌 마더&베이비 캣
캔 과 간식- 런치 캔, 츄르
황태채 - 황태육수와 으깬 황태살
그리고 캣그라스가 잘라져서 얹어나와요.


그리고 두부모래 적응하며 잘써요. 장마철 뒤로는 습하지 않아 냄새도 덜해요.

집사가 냄새 없어지라고 베이킹소다를 잔뜩 섞은적이 있는데, 이 고운가루가 제 발에 묻어 집안 여기저기 .... 초보집사는 또 열심히 청소기를 밀더군요.






히히. 쑥쑥 자라고 있어요 나는. 이제 방구쟁이 아니에요.

병원에서 받아온 안약과 물약. 아침 저녁으로 붙잡혀서 눈에 넣고요. 물약은 주사기로 넣어요. 점점 눈 주변이 깨끗해져요.

(이럴때만..) 주인님이 이리저리 쓰다듬어주고 살펴보면서, 진드기도 여러마리 잡아주었어요. 세상 시원하네요. 

팥알같은 큰놈은 휴지에 피를 많이도 흘리며 죽었어요. 상처에 앉은 딱지를 벌레인줄 알고 떼려 할때는 신음이 나왔지요. 

통유리 근처에 가죽의자를 수건으로 덮어둔 곳, 제일 좋아하는 아지트에요. 

   ​


화장실 세면대에서 목욕을 했어요. 낯설고 불편한 경험, 발버둥치고 앵앵 소리질렀어요. 드라이로 몸을 말릴때도 계속 무서웠어요. 뜨겁다가 차가운 바람. 소음. 여기가 대체 어디인가요.

목욕바구니와 종이가방에 담겨서 집밖에 나갔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바로 탈출시도를 했지요. 이정도쯤이야.

주인은 다시 집에 들어가 저를 뚜껑이 있는 통으로 옮겼어요. 깜깜하고 답답하고. 여기 온지 하루만에 외출.



뚜껑달린 컴컴한 통. 깨끗한 수건을 깔고 있지만 목욕한 물기도 덜 말랐어요. 덜컹덜컹 흔들리면서, 중간중간 숨을 잘쉬는지 보러 틈새가 열리면, 머리로 뚜껑을 밀어올리고 발을 뻗고 애를 썼어요.

지쳐서 도착한 병원,
선생님은 저를 보고 이가 다 난것을 보니 두달반정도 된 암컷, 엄마랑 살때는 건강 좋고 청결했는데 최근 떠돌면서 살이 붙지 못했다고 하셨어요.

치솔로 쓰담쓰담 해주는 것도 배우고, 곧 우다다를 시작할 것이라는 예언도 듣고요.
주사맞고, 약먹고 집에왔어요.


거실을 돌아다니는 저를 보더니 다리를 절어서, 병원에 또 한번 갔지요. 이번엔 백화점 갈비선물셋트 포장가방에 갇혔어요. (이동장도 사라고! 모래, 사료, 스크래쳐, 그리고..그리고..) 엑스레이도 찍고. 큰뼈엔 이상이 없고, 너무 어려서 일단 잘먹고 크면서 지켜봐야한다고 했어요.

지난 밤 책방에 갇혀서 한잠도 못자고, 막 목욕당하고, 병원도 두번이나. 집사와 함께 거실에서 단잠을 잤어요. 칫솔 그루밍과 함께.


스님이 다른일로 쓰시던 모래와 플라스틱 통에 담겨서,
택시를 타고
배고프고 기운없이 실려왔어요.

새로살게된 집에 도착한 밤,
처음보는 아저씨가 있었어요.

나를 데려온 집사-_-는 후다닥 나가서 사료와 캔을 사왔어요. (모래도 사왔어야 한단 말이다. 모래!!)

많은 책들과 책상이 있는 방에 갇혔지요.
음식과 물을 허겁지겁 먹고, 책상밑에 숨었어요.
플라스틱통의 모래는 몇번 사용하니 무척 찝찝했습니다.

낯설고, 무섭고, 화장실은 불편하고
창문 넘어 베란다로도 나갔다가 잡혀왔어요.
저를 들여다보려고 미닫이문이 열리면, 나가려 애써보았지만 소용없었어요.
책상위로 책장으로 오르락 내리락 헤메였어요.

힘든 밤,
어디서도 편히 쉬지 못하고, 편히 볼일 보지 못하고
밤새 울었고, 여기저기 흔적을,
네, 흔적을, 남겼습니다.

저도, 주인도 한잠도 못잤고,
아저씨는 밤중에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가 새벽에 왔어요.

계속 울었어요.


그냥이라고 합니다.
엄마 잃고 동네 멍멍이들에게 공격당하고
사찰에 멍멍이밥 나누어먹으러 갔다가
주인을 만났어요.

순한 멍멍이 형아는 저를 보고 물지않고 그냥 막 짖었어요.
스님과 손님이 무슨일인가 나와보았고
그 손님이 저의 주인, 아니 집사가 되었어요.

+ Recent posts